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 기조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혁신에서의 미국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히며, 새로운 가상화폐 규제 프레임워크인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의 출범을 발표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아젠다를 지원하는 아메리카퍼스트정책연구소가 주최했으며, 프로젝트 크립토는 백악관 대통령 직속 디지털 자산 실무그룹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 전 부처가 참여하는 규제 현대화 작업”이라며 “미국 금융 시스템이 온체인(on-chain)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시대 규제 정면 반박...하위 테스트 혼란 지적
이번 발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SEC가 내세운 ‘가상자산 대부분은 증권’이라는 입장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당시 SEC는 리플(XRP)을 비롯한 주요 코인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엄격한 규제를 추진해 왔다. 이에 반발한 업계는 다수의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7월 뉴욕지방법원은 “XRP는 기관 투자자 대상 거래에만 증권법이 적용되며, 일반 대중 대상 판매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SEC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건은 상급법원으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화폐 기조에 따라 SEC와 리플 간 항소 취하 및 합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가 증권 여부 판단에 적용해온 하위(Howey) 테스트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돼, 시장에 불확실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앳킨스 위원장은 가상화폐 기업들의 혁신을 뒷받침할 유연한 규제 환경도 약속했다. 그는 최근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출시한 ‘슈퍼앱’을 언급하며 “이런 기술들이 여러 기관의 중복 규제 없이, 효율적인 라이선스 체계 아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앱은 결제·송금·투자·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중국의 위챗이나 알리페이에 비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