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오픈AI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기반이 되는 최신 AI 모델 'GPT-5'를 10일공개했다.
'GPT-5'는 오픈AI의 일반 모델과 'o' 시리즈의 추론 모델을 통합한 것으로, 플래그십 일반 대화형 모델인 'GPT-4o'와 추론 모델 'o3'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통합했다.
이에 앞으로 이용자들은 챗GPT 이용시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일반 모델이나 추론 모델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현재 모델 및 제품이 너무 복잡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제품군을 더욱 단순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GPT-5'부터는 통합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트먼 CEO는 'GPT-5' 공개 하루 전인 지난 6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GPT-5는 큰 도약이며, 범용인공지능(AGI)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GPT-5를 직접 사용해본 후 GPT-4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GPT-5는 훨씬 뛰어나다"며 "마치 아이폰이 저해상도 픽셀 화면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넘어갔을 때처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더 똑똑한 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빨라졌다. 추론 모델인 'o' 시리즈의 경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통합 모델은 이용자 질문에 이전 모델보다 더 빠르게 답을 제공한다.
한층 더 정확한 답 제공과 함께 더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해졌고, 코딩과 글쓰기, 창조적인 표현에서도 이전 모델보다 더 뛰어나다고 오픈AI는 덧붙였다.
아울러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마다 다양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이 가운데 자신에게 알맞은 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브리핑에서는 GPT-5 기반 챗GPT가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챗GPT에 '영어를 사용하는 파트너가 프랑스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교육용 게임도 추가해 달라'고 하자 챗GPT는 뚝딱 웹사이트를 만들어냈다.
오픈AI는 "이런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은 실제로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최소 몇 시간, 아마도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는 GPT-5를 무료 이용자를 포함해 챗GPT 모든 이용자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플러스(Plus) 유료 사용자들은 더 높은 사용량과 향상된 버전을 경험할 수 있고, 프로(Pro) 사용자들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닉 털리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점은 GPT-5를 모든 챗GPT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4.0 때도 했던 일이며, 기술을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미션을 실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응은 엇갈려
실제 GPT-5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GPT-5 사전 체험자들의 평가를 인용해 GPT-5의 코딩과 과학,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지만, GPT-3에서 GPT-4로 도약할 때만큼 획기적인 성능 향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추론 모델 ‘o1’이 기술적으로 큰 도약이었다면, GPT-5는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정제된(refined)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GPT-5를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비유했는데, 전례 없이 선명한 화면처럼 최신 AI 모델이 보다 편리하고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그러나 이는 올트먼 CEO가 지난 1년간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AI가 이끌어갈 변혁적인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치라그 데카테 연구원은 “GPT-5는 추론과 코딩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글쓰기 품질 측면에서도 점진적인 진전을 보였지만, AGI 임계값은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GPT-5 기반 챗GPT로 202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풀이를 한 결과, 국어와 영어는 각각 95점, 82점으로 1등급 기준선을 넘겼고, 수학은 92점으로 2등급 수준의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GPT-5에 대항하는 AI모델들 앞다퉈 출시 중
오픈AI의 경쟁사들도 인간 수준의 AGI를 목표로 고성능 AI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앤트로픽은 GPT-5 출시에 앞서 지난 5일 코딩 성능을 대폭 개선한 최첨단 AI 모델 ‘클로드 오푸스 4.1’를 선보였다.
구글 딥마인드도 지난 5일 자연어로 지시하면 3D 가상 세계를 실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지니 3’을 출시했다.
구글도 ‘지니 3’을 기점으로 AI가 단순 영상·텍스트 생성에서 벗어나 인간처럼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체화 학습(embodied learning)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AGI로 향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xAI도 연말 최첨단 AI 모델 ‘그록 5’ 출시를 앞두고 있다. 머스크 CEO는 GPT-5 출시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xAI의 ‘그록4 헤비’는 2주 전에 지금의 GPT-5보다 더 똑똑했고, 현재는 확실히 더 우수하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AGI를 넘어 ‘초지능 AI’를 목표로 전용 연구소를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AI 모델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오픈AI가 AI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모델은 성능을 높일 때 대랴의 컴퓨팅 자원과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케일링(scaling·확장)‘의 법칙을 따르는데, 최신 AI 모델 하나를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오픈AI처럼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빅테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올트먼 CEO도 AI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스케일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음 단계로의 도약에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컴퓨팅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래도 우리는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