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KB금융그룹이 딥테크와 기후테크 등 미래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지원 범위를 대폭 확장하며 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선다. 단순 금융 투자 차원을 넘어 기술 기반 기업을 장기 협업 파트너로 육성하는 ‘생산적 금융’ 전략을 본격화하는 행보다.
KB금융은 2월 2일부터 3월 6일까지 ‘2026년 KB스타터스(KB Starters)’ 참여 기업을 국내·글로벌 통합 방식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KB스타터스는 KB금융이 2015년부터 운영해 온 금융권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딥테크와 ESG, 기후테크 등 미래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모집 대상을 확대했다.
딥테크·기후테크 등 7대 전략 분야로 확대
2026년 KB스타터스 모집 분야는 ▲딥테크(생성형 AI, 데이터 분석, 양자컴퓨팅 등) ▲리스크·레그테크(FDS, 사이버보안, 정보보호) ▲웰스테크(초개인화 자산관리, 대체투자) ▲차세대 금융(외국인·미래고객) ▲임베디드 금융(BaaS 등) ▲기후테크(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 ▲소상공인(SME) 등 총 7개 영역이다.
이는 기존 금융 서비스 중심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AI·데이터·환경·플랫폼 기술 등 실물 산업과 결합된 기술 기업까지 포괄하는 구조다. 금융권이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흐름 속에서, KB금융이 가장 공격적으로 지원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글로벌(싱가포르) 프로그램 통합 운영
올해 KB스타터스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와 ‘글로벌(싱가포르)’ 부문을 통합 모집하는 방식이다. 참가 기업은 국내 협업형 프로그램 또는 동남아 진출을 겨냥한 글로벌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 프로그램은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등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실증(PoC)과 시너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글로벌 프로그램은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현지 액셀러레이터(AC)와 연계해 동남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금융사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하는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용 사무공간·AC·VC 연계…‘금융권식 스케일업 모델’
KB스타터스 선정 기업에는 ▲서울 강남HUB 전용 사무공간 ▲KB 계열사 협업 기회 ▲전문가 경영 컨설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투자 유치 연계 ▲글로벌 파트너십 지원 등 단계별 성장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1,600억 원 규모의 ‘KB 딥테크 스케일업 펀드’를 출범시키며, AI·로보틱스·반도체 등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모험자본 공급에 나섰다. 단순 재무적 투자(FI)가 아닌, 사업 협업과 실증 중심의 전략적 투자(SI)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스타트업을 ‘외부 협력사’가 아닌 ‘미래 계열사 후보군’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394개 기업 육성…투자금 3,000억 원 넘어
KB스타터스는 2015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394개 기업을 육성했으며, KB금융을 통해 이들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3,064억 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육성 기업으로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소상공인 금융 플랫폼 ‘한국신용데이터(캐시노트)’, AI 법률 자동화 기업 ‘엘박스’, AI 데이터 구축 기업 ‘셀렉트스타’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현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상위권 유니콘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금융사 역할, 이제는 자본 제공 넘어 ‘창업 인프라’”
KB금융의 스타트업 전략은 기존 금융권의 단순 투자 중심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투자 → 실증 → 계열사 협업 → 글로벌 진출까지 하나의 성장 트랙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B스타터스는 창업가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 공간, 협업,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라며 “앞으로도 금융사의 역할을 ‘자본 공급자’를 넘어 ‘창업 인프라 제공자’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이 같은 전략을 두고 “국내 금융권이 ESG와 생산적 금융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가장 진화된 사례”라며, “장기적으로는 금융사 경쟁력이 스타트업 생태계 장악력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