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유서진 기자 |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추진하던 '배민 온리'(배민 Only·오직 배민) 협약이 사실상 불발됐다고 7일 밝혔다.
7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두 회사는 배민 온리 협약을 예정된 날짜에 맺지 못했다.
앞서 교촌에프앤비는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앱 중 쿠팡이츠에서 입점을 철회하고 배민과 요기요, 공공배달앱 땡겨요, 교촌치킨 자체앱 등에만 입점한다는 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 협약을 맺고 우아한형제들로부터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중개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기로 했다.
애초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말 우아한형제들과 이런 내용의 협약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끝내 협약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두 회사는 협약식이 무산된 데 대해 말을 아꼈다.
업계 안팎에선 특정 프랜차이즈에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양사가 협약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두 회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협약을 진행하다 보니 어설픈 결과를 낳았다"며 "애꿎은 점주들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협약 체결을 미루고 당분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 온리) 방안에 대해서는 가맹점주의 의견을 더 청취하겠다"며 "양사는 업주 부담 완화와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한 협업 방안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사 수익을 줄이는 대신 교촌치킨을 경쟁사인 쿠팡이츠에서 빼 배달앱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른 쿠팡이츠가 배달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14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69만명) 대비 약 33%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배민의 MAU는 2171만명에서 2212만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때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던 배민의 점유율은 무료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에 의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부터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MAU를 비교하면 여전히 둘의 격차는 크다. 다만 최근 배민의 행보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배민은 지난 5월 CJ ENM과 손잡고 유료 구독 상품인 ‘배민클럽’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쿠팡이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쿠팡이츠와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모두 제공하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앞서 배민은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서비스 출시 일주일 만에 ‘알뜰배달’을 무료로 전환하기도 했다. 작년 9월에는 쿠팡 와우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도 선보였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수도권 및 주요 지방 도시에서 최소 주문 금액 없이 배달 주문할 수 있는 ‘한 그릇’ 카테고리 운영을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한 그릇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이번 협약이 체결된다면 배달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수 있다”며 “경쟁사인 쿠팡이츠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맞불을 놓는다면 배달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